[긴급진단] 트럼프 반대에도 강행된 G20 공동선언… '미국 없는 세계'의 서막인가?

부제: "미국이 반대해도 우린 간다"… 요하네스버그에서 확인된 새로운 국제 질서와 한국의 과제

미국 자리가 비어있는 G20 정상회의장 — ▲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장. 미국의 공석은 단순한 불참이 아닌 '외교적 고립'을 상징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현대 외교사에 남을 '대반란'과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의 노골적인 반대, 공개적인 보이콧 으름장, 그리고 인수위의 강력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외한 19개국과 아프리카연합(AU)은 '공동 선언문(Joint Declaration)'을 전격 채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회의 결과를 넘어섭니다. 지난 70여 년간 국제 사회의 '대주주'이자 '최종 승인자' 역할을 했던 미국의 사실상 거부권(Veto)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 세계에 생중계한 셈입니다. 워싱턴의 승인 없이도 지구촌의 시계는 돌아간다는 이 냉혹한 현실. 과연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이것이 2025년 이후의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장은 무엇일까요? 심층 분석해 봅니다.

1. 트럼프의 승부수, 왜 통하지 않았나?

트럼프 당선인 측의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판 엎기(Empty Chair Strategy)'였습니다. 인수위는 회의 전부터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이행을 재확인하거나, 미국 우선주의에 반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옹호하는 문구가 들어갈 경우 절대 서명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과거라면 이 정도의 압박은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의장국 입장에서는 미국 없는 반쪽짜리 성명서를 내느니, 차라리 합의 실패를 선언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의장국인 남아공을 필두로 브라질, 인도로 이어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트로이카가 중심을 잡고,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전략적으로 가세했습니다. 그들은 "미국 한 나라의 정권 교체 때문에 전 세계의 기후 위기와 무역 질서를 멈춰 세울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미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합의를 강행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G20 공동 선언문 문서 — ▲ 진통 끝에 채택된 공동 선언문.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보여주는 역사적 문서가 되었습니다.

2. 'G1(고립된 미국) vs G19' 구도의 고착화

이번 사태는 향후 국제 질서가 '고립을 자초하는 미국(G1)'과 '다자주의를 옹호하는 나머지(G19)'의 구도로 재편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글로벌 사우스의 각성: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들은 더 이상 강대국의 눈치만 보는 '변방'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원과 인구, 경제력을 무기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번 회의에서 그 힘을 증명했습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의 행보입니다.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럽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외교·경제 블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언문 채택에 유럽이 동참한 것은 그 신호탄입니다.

3. 쪼개지는 세계 경제, 기업들의 비명

미국이 빠진 채 G20 선언문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두 개의 룰(Rule)'로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관세 장벽을 높이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마이웨이'를 갈 것이고, 나머지 G19 국가들은 기존의 WTO 체제나 다자간 무역 협정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을 위한 공급망과, 그 외 세계를 위한 공급망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 최악의 비효율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4. 한국에게 닥친 '고난도 외교 시험대'

한국에게는 매우 곤혹스럽고 위험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안보적으로는 한미 동맹이 절대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다자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미국 vs 나머지 세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한국은 양쪽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험이 큽니다.

이번 G20 선언문 채택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집단적 반발 성격이 짙습니다. 한국은 이 틈바구니에서 미국과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G19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정교한 '복합 외교(Complex Diplomacy)'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단순히 "미국 편에 서면 된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결론: 미국이 테이블을 걷어차려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식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2025년의 냉정한 지정학적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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